그럼에도 불구하고

 © Yeon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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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긍심의 달을 맞이할 준비로 마음이 들뜨는 6월 말, ‘암스테르담 레인보우 드레스 인 서울’의 전시와 촬영을 기획하고 진행한 사람들이 있다. 윤연, 김수민, 이도진으로 이루어진 이 팀은 한 달 반 가량 이 일에 전념했다고 한다.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사진가이기도 한 윤연이 당시의 소회를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글·사진: 윤연


사실 잘 끝날 걸 알고 있었다. 내가 믿는 사람과, 그들이 믿는 사람이 잔뜩 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다. 우리의 손님은 생각보다 까탈스러웠으며 생각보다 더 서양-남성-어른이었음에도 가진 언어에 비해 내겐 권한이 적었다. 공식 컨퍼런스에서 손을 번쩍 들고 비판적 질문도 던져보고, 네덜란드 대사님에게 SOS 요청도 해보고, 똑같은 얘기를 20번도 족히 넘게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한낮의 스타벅스에서 상대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참았고 그 순간만큼은 내게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의지할 곳도 없었던 것이다. 아침까지 설치해야만 하는 4미터짜리 대형 현수막을 당일 새벽 1시에 다시 제작하는 게 차라리 가장 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한 끝을 만들었다. 일요일 저녁 뒤풀이 장소로 향하는 택시 뒷좌석에 앉자 미뤄두었던 오만 감정이 쏟아지는 걸 느꼈다. 순간 참지 못하고 앞 좌석에 앉은 이에게 같이 일하자고 제안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러나 왜 그렇게 생각했냐는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없었다. 어디까지 솔직해도 되는 건지 정할 수 없었고 그마저도 언어로 치환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나는 누구누구랑은 다르니까요. 얼버무리면서도 왜 내가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

일주일이 지나고서야 내가 한 말이 어떤 말로 들렸을지 되돌아보았다. 그로부터 또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나는 통역 없이 대화하는 두 외국인을 상상한다.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가 꼭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이 조금은 산책 같았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무지개를 나눠들 수 있어 행복한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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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on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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