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개인전 ‹김무명 Faceless›

 

이정식 개인전 ‹김무명 Faceless›
2018. 9. 1(토)~2018. 9. 21(금)

그의 두 번째 개인전 ‹김무명 Faceless›에서 그는 2013년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김무명씨 이야기를 모티프 삼는다. 열악한 환경과 차별적인 처우 속에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세상을 떠난 김무명씨는 죽어서도 이름을 드러낼 수 없는 감염인 희생자다. 죽음 이후 보수언론은 성적 단죄의 뉘앙스 가득한 내용으로 요양병원 에이즈 환자들을 다루기도 했다. 그를 두 번 죽인 것이다. / 질병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구축되는 과정 속에서도 작가는 다시금 오랜 시간 고착되어온 바닥의 그늘을 바라본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감염인이 사각지대에 초점을 맞춘 시도는 일견 음지화된 질병 이미지를 반복하는 퇴행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시야는 인식 변화의 강박에 감춰진 근본적 문제를 재차 들여다봄으로써 질병당사자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 김무명씨는 여전히 감염되었다는 이유로 의료차별 받는 상황을, 성소수자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조차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삭제당하고 탈락당할 수 있는 불안을 가리킨다. 김무명은 개인이며 동시에 사회적 자본이 척박한 생애환경 속에 감염인들에게 닥친 위기상황 내지 노년의 불안을 가리킨다.

구석으로부터(대전광역시 동구 중앙로 203번길 88-1)
화~일, 오후 1pm~7pm / 매주 월요일 휴무


프로젝트 김무명은 과거의 기억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수동연세요양병원 사태와 故 김무명씨의 사건을 접하고 고인의 추모제에 참석했었다. 그때 故 김무명의 무명이 이름이 없다는 뜻의 무명이라는 것과 검은색 종이로만 남겨진 고인의 영정사진에 충격을 받는다.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못하고 사라진 존재 앞에서 느낀 무력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 이후 감염인 커뮤니티에 나오지 않는 HIV/AIDS 감염인과의 접촉을 통해서 대다수의 감염인들의 삶이 故 김무명과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살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게 된다.사회적인 편견과 관념 속에서 스스로를 검열하고 숨기도록 종용받는 감염인들의 모습은 故김무명과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나는 김무명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들이 하나의 검은 얼굴에 속한 또 다른 검은 얼굴들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아직도 공동체 바깥에 머물고 있는 HIV/AIDS 감염인들의 삶의 무게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는 사회라는 거대한 공동체의 관계망 속에서 왜 타인이 스스로를 지우도록 남겨두어야 하는지 같이 고민해야한다.이 프로젝트의 사진 연작들은 HIV/AIDS 감염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모여진 그들의 삶과 밀접한 오브제들이다. 검은 공간에 놓인 오브제들은 감염으로 인해 변해버린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을 상징하면서, 죽음을 말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생략되고 검은 종이로 남겨진 故 김무명을 말하기위한 나의 방법이기도 하다.수동연세요양병원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위탁받아 2009년 12월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HIV/AIDS 감염인이 입원할 수 있었던 요양병원 시설이었다.수동연세요양병원 입원 환자였던 故 김무명은 입원 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의료진에 진료를 요구하였지만 병원 측은 진료 및 타 병원으로의 연계 진료 요구를 거부하였고 안타깝게도 고(故) 김무명은 2013년 8월 21일, 입원 2주 만에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수동연세요양병원측이 고(故) 김무명의 진료 요구를 거부한 이유는 이렇다.하나. 고인의 보호자가 환자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병원 측에 환자의 신병 문제를 자율적으로 처리해줄 것을 부탁했다는 것.둘. 타 병원으로 이송시 발생하는 구급차 이용비용을 고인이 부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이 사건으로 그간 병원 안에서 자행되었던 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불거지면서 결과적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위탁계약은 2013년 12월 해지되었고 2018년 현재 국내에는 HIV/AIDS 감염인이 입원할 수 있는 요양시설이 없다. —작가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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