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h›의 위로와 숙제

 © Kanghyuk Lee

© Kanghyuk Lee

 

키라라의 3집이 발매되었다. 앨범 ‹Sarah›는 비구름이 걷히기 직전의 음악과 같다. 곧 무지개가 뜨리라 바라는 우리에게 완벽한 음악이다. 아티스트 에이전시 이어와이어(Earwire)의 조한나가 키라라와 함께 앨범을 준비하면서 느낀 소회를 들려줬다.

글: 조한나
사진: 이강혁
음악: 키라라


키라라의 3집 ‹Sarah›가 사람들에게 공개된 지 벌써 열흘이 넘었다. 공개되기 전에는 막상 구매해서 들어 주는 분들의 마음에 들었으면 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공개되고 나니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알리고 싶은 생각을 했다. 왜냐면 ‹Sarah›는 정말로 좋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키라라의 3집 ‹Sarah›는 키라라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에 투영시킨 앨범이다. 이미 올해 초에 90% 정도가 완성이 되어있었고, 음원 유통 날짜도 먼저 받아 둔 상태였다. 8월 11일 공개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지원사업을 따내자는 목표로 마라탕을 먹으며 우리는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서울문화재단에서 연달아 떨어지며 결국 텀블벅 펀딩을 선택하게 되었고 결과는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달성하게 되었다.

공개적인 인터뷰 혹은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키라라의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자연스럽게 키라라가 아니었다면 이 일은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그 속의 드라마가 힘을 가지는 순간은 내가 일하고 있는 음악 씬에서 매우 빛날 때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소중한 Jay가 생각났다. 용감한 사람의 아름다운 자기 고백이 여러 마음을 움직였던 노래 ‘별’.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성 소수자’라고 고백했던 그 순간을 앞에서 지켜보면서 눈물을 훔쳤을 사람이 비단 성 소수자 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스스로 솔직해지는 것'에 대한 고백은 어려운 만큼, 다른 사람에게 전해졌을 때 어떤 효과를 가져온다. 우리는 음악 씬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 전체적인 현상을 보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어떤 일이 생겨왔는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켜보지 않았나. 그것이 순방향이든 혹은 역방향으로 일어났을지라도.

키라라도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자기 자신 속에 가두어 두었던 마음의 이야기를 숙명처럼 음악으로 만들어서 발표해야 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이 ‹Sarah›라는 이름으로 준비되어 있었을 때 나와 이어와이어를 찾아온 것을 운명이라고 믿는다. (앨범 소개와 여러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지만) ‹Sarah›는 ‘친구의 죽음과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키라라의 이야기’이다. 시상식에서는 자신의 말하는 법이 서툴러 “친구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부끄럽게 말했었지만 ‹Sarah›를 듣기 시작하면 키라라의 그러한 본격적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실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정말 어렵겠지만 ‹Sarah›를 통해서 키라라가 가지고 있는 의도란 결국 너무나 보편적인 내용이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당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잘 사세요. 나 같은 사람도 열심히 잘 살아 나가고 있으니. 우리 오늘도 잘 살아 봅시다. 가끔은 서로 걱정하고 가끔은 혼자서 화도 내고 가끔은 모여서 춤도 추고 가끔은 들쭉날쭉한 마음으로 장난도 치면서 그렇게 말이에요.” 

걱정하고 있지만, 화가 나고 평온하게도 있다가 들쭉날쭉한 ‹Sarah›의 이야기는 지금 여러 이슈로 고통받고 머리가 아픈 상황과 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서로를 걱정하지만 이런 상황에 화도 나고 다 부숴버리고 싶으면서도 한순간 평온해지다가 근심을 잊고자 춤을 추기도 하는 그런 거랄까. 

텀블벅 후원자에게만 공개된 내용인 라이너 노트가 있다. 그 글 가운데 “이런 주제에 내가 누군가를 위로하겠다는 것인지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를 위로하는 김에 나와 비슷한 누군가도 이 음반을 통해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라는 문장이 있다. 키라라가 말하는 위로는 사람을 향해 있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는 오늘을 살아 나가는 평범한 사람. 숨을 쉬고 일을 하고 생활을 이어나가느라 바쁘기만한 우리에게 ‘저기요...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잘 지내요?’ 말을 건넨다. ‹Sarah›는 그렇게 물어보며 키라라의 마음의 숙제를 시원하게 풀어낸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나에게는 숙제가 생겼다. 예전의 나는 잘 지내냐는 누군가의 용기있는 인사를 마주했을 때, 사실 정말 고맙다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 해야 할지 몰라서 어색하게 웃으며 지나갔을 때가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나에게 얼마나 힘이 되고 눈물이 되고 기쁨이 되는지 알고 있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고 말하기가 왜 어려웠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사실 지금도 많이 변하지 못했다. 화가 난 마음에 망설임으로 묻지 못했던 진심 어린 안부와 인사는 아직도 나에겐 어렵다. 이번 협업을 통해서 키라라가 나에게 안겨준 ‘스스로 솔직해지는 것’에 대한 숙제는 앞으로 천천히 풀어나갈 생각이다.

이야기가 있고, 숙제가 생기는 음악을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이 음악을 듣고 난 뒤, 당신의 마음속에 어떤 질문이 생기거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생긴다면, 더 나아가 마음에 남은 이야기를 혼자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면, 이 공감이 세대 차이와 젠더 관념을 넘어서 혹은 저것들을 의식하지 않는 상태로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면 ‹Sarah›는 목표를 이룬 음반이 될 것이다. 이제 ‹Sarah›에게 생명력을 주는 것은 들어 주는 사람들에게 넘기기로 했다. 이 노래들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많이 들어주시라. 왜냐하면 키라라의 ‹Sarah›는 너무 좋은 앨범이니까.

조한나(Earwire A&R)
언더그라운드에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도모하는 에이전시 ‘Earwire’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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