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의 남편의 아버지를 만나다’ 타가메 겐고로 인터뷰

 © Daehan Won

© Daehan Won

 

2016년 늦가을, 급하게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타가메 겐고로의 『아우의 남편』이 정식 발매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하드코어 SM을 주로 그리는 게이 에로틱 만화가가 하루아침에 일반 만화 잡지에 섹스씬, 아니 키스씬이나 노출씬 조차 나오지 않는 만화를 그리게 되었다니. 그리고 심지어 그의 만화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동성혼’을 통해서 국적을 떠나 가족이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라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다행히 «DUIRO» 창간호를 위한 족자 일러스트레이션을 작업해준 인연으로 흔쾌히 인터뷰 요청을 수락한 그를, 어느 늦은 오후 그의 작업실이 있는 도쿄 세타가야구 산겐자야역 근처의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어: 전나환
사진: 원대한


1. 동양의 게이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은

나환 ♨ 일본에서 오픈리 게이 그리고 게이 에로틱 만화가로서 살아가는 데에 있어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타가메 ♨ 저는 커밍아웃을 했던 게 대학생 때였어요. 그 이후 쭉 회사에서도 오픈을 했고, 오픈을 했다는 점이 마이너스가 된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오픈리 게이인 것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습니다. 에로틱한 그림에 관해서는, 일본 내 출판에서 성기를 직접 묘사한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작업상 불편한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개인전을 열 때는 노출 부분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죠. 제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꽤 일본의 게이 잡지 시장이 활발할 때였는데요.

나환 ♨ «바라조크» 같은 잡지이죠?

타가메 ♨ 네. «바라조크», «사브», «삼손», «더 게이», «아돈»까지 총 5종이 있었죠. 저는 대학교 재학 중에 «사브»와 «바라조크», «아돈» 이렇게 세 곳에 작품을 보냈고 모두 작품이 실리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원고료가 나오는곳이 «사브»뿐이어서…. 그래서 그 후로 쭉 «사브»에서 연재하게 됐죠.

나환 ♨ 그럼 «사브»를 통해서 만화가의 삶을 시작하신 거군요.

타가메 ♨ 사실 지금의 펜네임(타가메 겐고로는 본명이 아님)이 아닌 다른 펜네임으로 작품이 잡지에 실린 적은 있었지만, 현재의 활동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프로필에 싣고 있지 않아요. 아무튼 «사브»에서 쭉 장편 연재한 결과 단행본 한 권 분량이 나와서, «사브»의 편집자 분에게 “책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우리 쪽에서 단행본은 내지 않으니까 다른 곳에서 출판해도 괜찮다고 허락하더군요. 다른 곳을 찾아보던 차에 «바디»가 창간되었어요. 

나환 그랬군요. «바디»의 창간은 언제쯤이었어요?

타가메 ♨ 지금으로부터 이십오 년 전이네요. 친구 중에 «바디» 편집자의 지인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편집부에 일이 있다기에 저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바디»는 일본에서 게이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첫 게이 잡지였어요. 그 전에 있던 «사브»나 «바라조크»는 일반 출판사가 돈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게이 잡지였어요. «바디»는 신주쿠 니초메의 비디오 프로덕션과 우리센(売りせん: 남창) 업소 같은 곳에서 자본을 모아 세운 회사로, 최초의 ‘게이 자본’으로 만든 ‘게이 회사’의 ‘게이 잡지’입니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모인 사람들도 에너지와 열의가 넘쳤어요. 그래서 저도 ‘아, 여기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바디»에 참여하게 되었죠.

나환 ♨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다 함께 힘을 모아 잡지를 만들자는 그 마음이 정말 와 닿습니다.

타가메 ♨ 그 후 «바디»에서 독립해 «지맨»(베어 계열 게이 잡지)을 시작하는 스태프로부터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 있어 참여했고, 이전 «사브»에서 연재하던 『라브리모노』라는 장편물이 «지맨»의 자본으로 출판된 거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타이밍에 좋은 작업이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입니다. 그닥 작품 발표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나환 ♨ 앞의 이야기와 관련된 질문입니다만,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커밍아웃, 또 이런 만화 작업이 문제되지는 않았나요?

타가메 ♨ 가족들중에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안 건 형이었어요. 정식으로 커밍아웃하기 이전의 이야기죠.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 게이 잡지를 사면 작은 벽장 안에 숨겨두었는데….

나환 ♨ 금방 들킬 것 같은데요!

타가메 ♨ 그런 곳을 여는 사람은 없었어요. 제 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막 채워 뒀죠. 그러던 어느 날 그 잡지를 읽으려고 벽장을 열었더니 깔끔하게 책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게다가 제목이 보이지 않고 종이 단면이 보이도록.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인가 했죠.

나환 ♨ 누가 그런 일을 했을까요. 식은땀이 났겠어요.

타가메 ♨ 네. 얼굴이 새파래졌어요. 나중에 안 사실은, 형이 우연히 제 방 벽장을 열어 봤던 거였어요. 이걸 어머니가 보면 놀랄 테니 적어도 들키지는 않도록 제목이 보이지 않게 정리를 해 주었던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형에게 “그럴 작정이라면 제대로 숨겨 줬어야지!”라고 했어요.

나환 ♨ 그럼 부모님께 커밍아웃 하신 건 언제쯤이죠?

타가메 ♨ 25살쯤이었을까요? 부모님이 결혼 이야기를 꺼내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나 결혼 안 할 거야.”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결국에는 선 이야기까지 나와서 “나 게이라서 여자한테 관심 없어.”라고 이야기했더니 어머니가 농담인 줄 알고 그냥 호호호 웃으시고 마시더라고요.(웃음) 어쨋든 저 나름대로는 커밍아웃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나환 ♨ 그때 확실히 커밍아웃이 된 건 또 아니었군요.

타가메 ♨ 네. 부모님에게 제 작품들이 이해될 만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건강히 열심히 하고 있고 여기저기서 활약하고 있으니, 작품은 보여주지 않겠지만 안심하라는 식으로 설명해 왔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제 말에 납득하는 반면 아들이 어떤 작업으로 해외에 나가는지 알고 싶으셨죠. 그러다가 5~6년 전이었을까요, 제가 해외에 나갔을 때에 잘 도착했다고 메일을 한 번 보냈었는데, 그 메일 주소에 제 펜네임인 ‘타가메’가 들어있었던 거예요. 그 후에 집에 갔더니 아버지가 “네 펜네임이 타가메지?”라고 물어보셔서 헉 했어요. 부모님이 꽤 나이가 많으신데 구글 검색을 배우셨더라고요!(웃음)

나환 ♨ 그래서 ‘만화가 타가메’로 검색을 하셨고요?

타가메 ♨ 네. 구글 검색을 했더니 제 홈페이지가 좌르르 나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가 “너 게이였냐?”라고 하시길래 “전에 말했잖아!” 라고 했더니 아버지는 “아니, 기억 안나는데….”라고 하시더라고요. 현재 저는 20년 된 파트너와 함께 살고있는데요. 당시 부모님도 제가 그와 동거 중인 걸 알고 계셨지만 그 전까지는 그저 친구라고만 생각하셨던 셈이죠. 결국 아들이 게이 만화가라는 사실을 안 어머니가 “그럼 함께 사는 그 사람과 그런 관계인 거니?”라고 물으셨어요. 맞다고 말씀드렸더니 한참 아무 말이 없으시다가 “그럼 그 사람하고 결혼할 거야?”라고 하셔서, “결혼이 가능했으면 진작에 했겠지만 안 되니까 이렇게 사는 거야!”라고 말씀드렸던…. 그런 좀 복잡한 커밍아웃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환 ♨ 저도 예전에 부모님께 커밍아웃은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다시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걸 봐서는 확실히 받아들이지 못하신 것 같아요. 제 작업들을 보여 드리고는 있지만 이런 그림을 보고서 아들이 게이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아직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제대로 다시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타가메 ♨ 네. 그때 들었던 생각이 파트너가 있으면 커밍아웃하기가 조금 수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환 ♨ 그렇겠네요. “파트너가 있어 외롭지 않으니 걱정하지마세요.” 이런 식으로요?

타가메 ♨ 그렇다기보다는 부모나 이성애자의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남자 한 명이 “나는 게이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커플이 “저희 게이입니다.”라고 했을 때 납득하기 쉬우리라고 생각해요. 

나환 ♨ 그렇군요. 그럼 저도 빨리 남자 친구를 만들어서 부모님께 소개시켜야겠어요.

타가메 ♨ 그럼 조금 안심하시지 않을까?(웃음)

나환 ♨ 작품에 관련된 다른 질문인데요, 과거 삼십 년간 5000페이지가 넘는 게이 에로틱 만화를 그려 오셨습니다. 그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으시다면요?

타가메 ♨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 그리려고 하기 때문에, 모든 작품에 애착이 갑니다. 때에 따라 기분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요.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제가 전업 작가로 처음으로 그렸던 「은빛의 꽃(白銀の花)」 입니다. 스스로의 최고를 담아야겠다는 기세로 그린 만화이기 때문에, 한 작품을 고르라면 이 작품으로 정하겠습니다.

나환 ♨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꼭 찾아보겠습니다. 과거의 시대상이 반영된 작품이나 미래가 배경인 작품들이 눈에 유독 띕니다. 시대적 요소를 작품에 반영하기 위한 리서치나 구상은 어떤 식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타가메 ♨ 일단 과거의 이야기일 경우에는 그 시대의 자료를 찾아보거나 책을 읽으며 연구합니다. 제가 그리는 것에 설득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픽션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진짜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테크닉적으로 신경을 씁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디테일한 복장이나 배경 등은 ‘사실’을 그리는 거죠. 반면 스토리적인 부분은 커다란 거짓말을 대담하게 지어냅니다. 커다란 거짓말을 디테일한 사실성으로 떠받치는 식입니다. 

나환 ♨ 타가메 씨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봤을 때 등장인물의 모습이 매우 매력적인 이케맨(훈남)으로 비춰지다가도, 보고 있으면 에로틱한 충동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등장인물의 비주얼에 관해서는 역시 독자들을 의식하고 계시나요? 

타가메 ♨ 아니요, 기본적으로 제 생각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독자를 의식하기보다는 제 자신이 느끼는 멋진 남자나 에로틱한 표정, 육체를 추구하며 그립니다. 저는 의외로 취향의 폭이 넓은 편이에요. 근육남이나 베어 계열만 좋은 것이 아니라 젊은 이케맨도 연배가 있는 사람도 좋은 사람은 좋은 것 같고요. 이른바 베어만 좋아하는 사람이 제 만화를 보면 베어 이외의 남자들도 제 만화에 나오기 때문에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웃음) 

나환 ♨ 타가메 씨에게 있어서 BDSM(Bondage, Discipline, Sadism, Masochism)이란 무엇인가요? 작품 안에서 BDSM을 계속해서 그려 온 이유라고 해야 할까요? 

타가메 ♨ 아주 간단하게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자가 좋기 때문에 게이 만화를 그리는 것이고, 섹스의 방식 중에서 BDSM이 좋기 때문에 그린다는 이유 외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환 ♨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그리시는 것인가요?

타가메 ♨ 네. 실제 경험이 그런대로 있기 때문에 제 작품 내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것을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상으로 그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실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뭔가를 그리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죠. 예를 들자면 20대 초반에는 가죽 페티시를 그릴 때는 '가죽 플레이’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의 잡지들을 따라 그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죽 플레이를 실제로 경험을 하고 가죽플레이 섹스가 어떤 것인지 피부로 경험했더니, 그 후 작업한 일러스트나 만화의 가죽 묘사에 깊이가 생겼어요. 

나환 ♨ 가죽 플레이를 경험하셨을 때 역시 이건 내 취향이라고 느끼셨던 건가요? 

타가메 ♨ 그렇죠. 예를 들어 사진을 보고 상상할 때는 가죽 냄새나 몸을 움직일 때 쓸리는 소리 같은 것을 떠올리기 어렵죠. 

나환 ♨ 눈에 보이는 가죽의 광택이라든지 질감 같은 것도 있겠네요. 

타가메 ♨ 네. 에나멜과 비닐의 묘사 방식에 차이점이 있잖아요. 그런 차이들을 의식하지 않고 어렸을 때 그렸던 가죽 그림을 지금에 와서 보면 “역시 가죽의 질감을 이해하고 있지 않았구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가까이서 봤을 때 가죽의 세세한 주름이라든지, 번쩍거리기보다는 부드럽게 번지는 광택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맨 살결 위로 경험했을 때의 감촉은 다르죠. 하지만 역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소리였어요. 보통 섹스할 때는 맨살이라 소리가 안 나지만, 가죽을 입고 하면 접히거나 가죽끼리 비빌 때 직직거리는 소리가 난다는 점은 큰 발견이었습니다. 또 본디지(밧줄 페티시)를 그릴 때도 밧줄이 돌아가는 방향, 살을 파고드는 느낌도 여러 경험으로 알게 되죠. 

나환 ♨ 타가메 씨의 작품들 중에서 파국적인 결말, 그러니까 비극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타가메 ♨ 꽤 비극적으로 끝을 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스스로 의식하지는 않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그렇게 되어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단지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저는 기본적으로 게이, 그리고 SM을 그리는 작가이기 때문에, SM의 줄거리로 해피엔딩을 그리는 데는 패턴이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패턴은 이미 「프라이드」라는 만화에서 그려 버렸기 때문에, 같은 패턴을 두 번, 세 번 그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SM의 면에서 봤을 때, 세상의 일반적 배드엔딩이 SM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해피엔딩이 되기도 하죠. 즉 새디마조히즘의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서는 말미에 나락으로 떨어지길 바랄 수도 있다는 거죠.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종국에는 승리’ 같은 전개는 SM 관점으로는 망치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역시 저의 욕망에 충실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에, 만화를 통해 여러 심한 짓을 해 놓고서 마지막에 “짝짝짝,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하는 식으로 끝내고 싶지 않은 거죠. 

나환 ♨ 그렇죠. 그런 이야기는 이미 많이 있던 패턴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타가메 ♨ 해피엔딩으로 그렸더니 일부 독자들은 그걸 오히려 배드엔딩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고….

나환 ♨ 타가메 씨의 작품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독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거예요. 

타가메 ♨ SM이나 폭력적인 이야기로 마지막 나락까지 떨어져 버린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독자들이 기쁨을 발견한다면 그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환 ♨ 그러니까 스토리상 해피엔딩이 아니라 비극적인 결말이라고 하더라도 읽는 사람이 그 안에서 기쁨을 찾기를 바라는 거군요. 

타가메 ♨ 네. 배드엔딩인 작품이라도 등장인물 자체는 그다지 비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있습니다. 

나환 ♨ 그렇게 공감하는 독자분들이 꽤 있을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저도 타가메 씨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그다지 슬프지 않았거든요. 비극적이라고 느끼는 독자도 있겠죠. 

타가메 ♨ 아마 이런 거겠죠. 러브스토리를 기대하고 읽는 입장에서 해피엔딩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저는 러브스토리를 그릴 생각은 없고, 더 심한 걸 그리려고 하기 때문에, 해피엔딩만 기대하거나 또 해피엔딩만 봐 왔던 분들에게는 무겁게 느껴질 겁니다.

나환 ♨ 적지 않은 게이 독자들에게 타가메 씨의 작품들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리라 봅니다. 에로틱을 넘어 수행이나 정신적인 고행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만, 독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시는지요?

타가메 ♨ 정해 둔 것은 없습니다.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리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때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는 읽는 것을 그만두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괴로운 것을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다만 이전에는 연재하는 잡지마다 특색이 있어서 각각에 맞춰서 내용을 순화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게이 잡지용으로 그릴 때에는 어느 정도 에로틱한 장면을 그릴 수 있었죠. 하지만 너무 센 표현을 실을 수 없을 때는 다른 SM 별책 등에서 작정하고 강한 것을 그렸습니다. 여성 독자가 많은 잡지에는 로맨틱한 걸 그렸고요. 단행본 같은 것도 출판사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하지만 인터넷상에 스캔한 만화들이 올라가 버리면 그러한 전제들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결국 가장 소프트한 것과 가장 센 것이 동일선상에 나열되어 버리죠. 개인적으로 버겁다고 느끼는 부분입니다. 

나환 ♨ 스캔을 해서 무단으로 인터넷상에 배포하는 사건이 많아졌죠.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타가메 ♨ 그렇죠. 

나환 ♨ 독자들의 부정적인 반응들, 예를 들어 불쾌감을 느낀다는 식의 반응을 접할 때가 있으신가요? 

타가메 ♨ 직접적으로 듣거나 메일을 받은 경우는 없습니다. 인터넷을 시작하고 나서 호기심에 게시판을 한번 보러 들어갔다가 불쾌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긴 했지만, 그 후로 일부러 찾아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해서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나환 ♨ 요즘 세상이 참 여러 반응들을 접하기 쉬워져 버렸죠. 

타가메 ♨ 네.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하나하나 신경 쓰다가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올지도요. 

나환 ♨ 반대로 독자들로부터 팬레터를 비롯한 응원도 많이 받으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타가메 ♨ 많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기쁜 것은 제 작품이 좋다고 열심히 말해 주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또 자신이 털이 많은 게 심한 콤플렉스였던 분이 저의 만화를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해서 기뻤습니다. 그밖에 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에피소드는 전까지는 쟈니스(일본의 유명 남자 아이돌 기획사) 같은 남자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분이 사실은 베어 계열이 자신의 취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거였어요….(웃음) 또 얼마 전에 캐나다에 갔을 때 아시아계 캐나다인 팬분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어요. 본인은 아시아인으로서 캐나다의 백인 게이 커뮤니티로부터 인종 차별을 느껴 왔는데, 저와 지라이야 군(일본의 유명 게이 에로틱 만화가) 같은 작가들이 멋있는 아시아 남자 그림을 많이 그려 준 덕에 백인 게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생겼고, 거기서 용기를 얻었다는 내용이었는데, 듣고 참 기뻤어요.  

나환 ♨ 누가 봐도 멋있죠.(웃음) 

타가메 ♨ 또 재밌다고 생각했던 건, 얼마 전에 프랑스에서 사인회가 있었는데요. 

나환 ♨ 프랑스나 유럽 쪽은 일본의 팬들과 좀 다른가요?  

타가메 ♨ 그렇죠, 일본에서 팬 사인회를 하게 된 것도 최근이라.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서 사인회에도 많이 오고 비교적 적극적이에요. 사인회에 온 사람 중에 “오늘 이런 모습으로 왔습니다.”라고 하면서 사인하는 바로 앞에서 옷을 벗었는데 밧줄로 몸을 묶어 놨다든지….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난처했습니다. 

나환 ♨ 좀 만져 드렸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웃음)  

타가메 ♨ 타투나 피어싱한 것을 자랑하면서 바지를 벗는 사람도 있었고, 큰 가방에 제 만화책을 한가득 가져와서 전부 사인을 해 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았고…. 참 여러 종류의 팬들이 있어서 기쁘고 또 힘이 났습니다. 

나환 ♨ 한국의 팬들과 또 타가메 씨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게 될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 하나를 뽑는다면요?  

타가메 ♨ 음…. 어렵네요.(잠시 침묵) 역시 장편을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만, 제 만화는 역시 하드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과연 한국의 독자분들이 보시기 괜찮을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아까 이야기했던 비극적인 결말이 맞지 않는 분들에게 장편 만화는 추천해드리기 어렵겠죠. 그래도 하나만 뽑는다면 『외도의 집(外道の家)』이라는 장편이 있는데요. 결말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그려 갔더니 자연스럽게 해피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중간에는 정말 심한 내용이 많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서 스스로 놀랐어요. 이 작품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 Tagame Gengoroh / 제공: 도서출판 길찾기

© Tagame Gengoroh / 제공: 도서출판 길찾기

2. 초밥튀김도 괜찮습니다만

나환 ♨ 파트2는 『아우의 남편』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할 텐데요, 우선 『아우의 남편』이 19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것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타가메 ♨ 사실 조금 놀라기는 했습니다.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발표 전에 편집부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었고, 모처럼 후보에 올랐으니 상을 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수상이 결정되어서 놀랐지만, 스스로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있다는 자신은 있었기 때문에, 어떤 결실을 맺은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나환 ♨ 얼마 전에 한국에서도 『아우의 남편』이 정식 출판 되었습니다. 유럽을 포함, 여러 나라에서 『아우의 남편』 정식 출판 요청이 들어간 것으로 아는데, 이런 출판 제의를 예상하셨나요? 

타가메 ♨ 어느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지금까지 제 만화들은 해외의 마이너 출판사가 개인적으로 저에게 연락을 취하고 출판을 해 줬는데, 『아우의 남편』의 경우는 메이저 급의 출판사로, 일본의 유명한 만화들을 다수 번역 출판해 온 곳에서 관심을 보였으니까요. 해외 진출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나환 ♨ 그곳에서 『아우의 남편』 전에도 일본 게이 만화를 출판한 적이 있었나요?

타가메 ♨ 없었습니다. 오오토모 가츠히로 씨의 『아키라』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기 전부터 출판을 했던 출판사로, 보통은 일본의 메이저급 만화를 출판해 오던 곳입니다. 

나환 ♨ 『아우의 남편』의 제목을 정하는 데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나요? 개인적으로 함축적이고 정말 좋은 제목이라고 느꼈거든요. 

타가메 ♨ 의외로 금방 떠오른 제목이긴 합니다만, 어떻게 보면 게이 만화임을 직관적으로 알기 쉬운 제목이고, 어떠한 관계성을 띤 만화인지 쉽게 설명이 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너무 노골적인 제목이 아닐까라는 우려는 앞서 있었지요. 좀 더 흐릿하고 추상적인 제목이 좋지 않을까 하고 다른 제목을 편집자에게 제안했더니, 약한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그래서 “그럼, 너무 노골적이지만 ‘아우의 남편’은 어떨까요?”하고 조심스럽게 제안을 드렸더니 바로 오케이가 떨어졌어요. 결과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제목입니다. 

나환 ♨ 일반 만화잡지에 연재를 하고 계시는 만큼 일반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구상 단계에서 생각하신 장치가 있을 텐데요. 

타가메 ♨ 있습니다. 먼저 『아우의 남편』의 독자들은 대부분 이성애자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성애자의 입장에서 읽기 쉬운 상황이나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신경을 쓰고 세세하게 작업에 임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게이 독자를 위한 만화를 그려 왔습니다만, 이번 작품은 이성애자를 위한 게이 만화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게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성애자가 재미있게 저항감 없이 읽어갈 만한 만화로 그리고자 했습니다. 특히 캐릭터 배치에 신경을 썼습니다. 

나환 ♨ 캐릭터 배치라고 한다면….

타가메 ♨ 그러니까 주인공이 게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남자이고, 어느 정도 게이에 대한 편견도 가지고 있죠. 하지만 돌발 상황을 통해 그런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귀여운 여자아이 카나 짱이 등장한다든지 하죠. 그런 의미에서 계산을 하고 배치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아우의 남편인 마이크를 캐나다인으로 설정한 데도 이유가 있어요. 마이크 역할이 일본인 게이였다면, 역시 커밍아웃 한 게이가 드문 문화 배경에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좀처럼 게이의 이야기나 동성혼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마이크라는 오픈리 게이를 배치해 둔다면 헤테로인 독자들도 저항감 없이 읽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나환 ♨ 네. 교육 만화라고 하는 표현이 과할지도 모르겠지만 게이에 대해 시작부터 배워 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실정에도 맞는 부분이 많아 한국에도 필요한 만화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한국의 헤테로 역시 편견을 가지고 있고, 게이 스스로가 품은 자신에 대한 편견들도 존재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게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만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타가메 ♨ 그렇겠네요.(웃음) 

나환 ♨ 카나 짱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타가메 씨의 작품에 등장했던 인물들과는 시각적으로 정반대 이미지인데요. 묘사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타가메 ♨ 연재 초반에는 어려웠죠. 연재에 들어가기 전에 카나 짱을 그리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나환 ♨ 귀여운 여자아이를 그리는 연습을요? 

타가메 ♨ 네. 그 당시에는 묘사 방식이 제 손에 익지를 않아서 카나를 그리는 칸이 오면 우울해질 정도였어요. 그래서 컴퓨터상에서 눈코입을 이동시켜 가면서 귀여운 얼굴을 만들어 본다든지 하는 시도와 노력이 초반에는 있었죠. 그래도 4~5화 그리다 보니 적응이 되어서 나중에는 즐겁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카나를 그리는 칸이 오면 ‘오! 귀엽게 그려줘야지!’ 하며 팔을 걷고 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환 ♨ 그렇다면 카나 짱이 여자아이인 것도 역시 계산된 설정인가요? 

타가메 ♨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연재하는 만화 잡지가 일반 남성지이기 때문에, 역시 남성에게 먹히는 것은 귀여운 여자아이이기 마련이라는 이유입니다. 남자아이로 주인공을 정해 버리면 주요 인물 모두 남자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남자아이 캐릭터가 호모섹슈얼한 소아 성애적 관점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고, 그것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생길 수 있죠. 카나 짱이 남자아이일 경우 마이크와의 접촉이 있는 장면에서 그런 식으로 비춰지는 것이 곤란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나환 ♨ 그렇군요. 작품 안에서 동성애를 여러 가지 대상으로 비유하는 표현들이 등장하는데요, 예를 들어 초밥튀김 같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셨나요? 초밥튀김이 실제로 존재하나요? 

타가메 ♨ 표현하기 어렵기도 해서 밥 위에 튀김이 올라가는 식으로 표현해 두었지만, 진짜 초밥튀김은 김말이 초밥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음식입니다. 캐나다의 어느 식당에서 실제로 보고 놀랐습니다. 

나환 ♨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있군요. 김말이 튀김이라는 비슷한 음식이 있어요.(웃음) 

타가메 ♨ 한국에도 있나요? 아무튼 그런 비유로 쓰일 만한 것들을 보고 기억해 두었다가, 만화 콘티 단계에서 ‘아, 그거 써먹을 수 있겠다’ 하고 떠오르는 걸 표현했죠. ‘치즈 마카로니’는, 캐나다인 지인에게 “일본의 가정에서 일본인 가족을 위해 가장 캐나다스러운 요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면 뭘 만들 거야?”라고 물어봤을 때 답변으로 들은 요리 중 한 가지였어요. 

나환 ♨ 『아우의 남편』은 연재 초기에 2권으로 끝낼 예정이었다는 인터뷰를 보았는데요. 현재 3권까지 에피소드가 연장되었습니다.  

타가메 ♨ 일본에서 출판사 연재 만화의 경우, 인기가 없고 팔리지 않으면 중도 하차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아우의 남편』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에 인기도 없을 것이고 연재가 2권 정도에서 종료되겠거니 예측했어요. 그런데 연재 초반부터 반응이 엄청났지요. 편집자가 이번 작품은 잘될 것 같으니 좀 더 이야기를 길게 써 보라고 제안하기에, 3권까지 그려 보겠다고 했죠. 실제로 『아우의 남편』 단행본 1권이 예상보다 판매가 많이 되었어요. 편집자가 조금 더 길게 가자고 제안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연재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4권까지 연재를 하기로 했죠.  

나환 ♨ 그럼 네 권으로 완결이 되는군요.  

타가메 ♨ 네. 앞으로 다섯 화가 남아 있어요. 

나환 ♨ 『아우의 남편』의 에피소드 중에 레즈비언 커플이 잠깐 등장하는데요. 게이, 레즈비언 이외에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다른 성소수자들을 본격적으로 등장시킬 계획도 있나요? 

타가메 ♨ 레즈비언은 등장시키려고 생각했지만 바이섹슈얼이나 트랜스젠더 모두를 커버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저의 입장에서 그리고 있고 저의 특성이기도 하는 동성애를 그리려고 합니다. 바이나 트랜스젠더의 경우, 그쪽의 성 정체성을 가지고 계신 분이 그려 주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나환 ♨ 저도 게이로서 게이를 캐릭터화한 그림을 그리고 있고 얼마 전 한국의 ‘프라이드 페어’라고 하는 LGBT 행사의 포스터를 그렸는데요. 트위터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왜 LGBT 행사인데 게이를 전면으로 낸 포스터를 그렸느냐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럴 때에는 스스로 어떻게 내면적으로 대응해야 좋을까 하는 고민을 했어요. 

타가메 ♨ 참 어려운 일이에요. 한국도 외국도 마찬가지겠지만, LGBTQ라고 테두리를 쳐도 결국은 남성 게이가 눈에 띈다는 비판의 이야기가 많이 들리기 마련이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정되는 경우도 있죠. 다만 작업하는 사람이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자각이 없는 경우도 있는 건 사실이에요. 예를 들어 일본의 ‘레즈비언 & 게이 영화제’의 토크를 담당하는 패널들이 게이와 드랙퀸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있죠. 

나환 ♨ 역시 그런 부분을 비판을 당하거나….

타가메 ♨ 아뇨, 그런 것으로 비판을 받거나 하지는 않지만 제가 토크쇼의 패널로 앉았을 때에도 레즈비언 패널분도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비슷한 이야기로, HIV 예방 관련 포스터에 아무리 봐도 게이가 좋아할 만한 남성형만을 그린 그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LGBT 행사의 포스터라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두루 등장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저는 게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딱히 ‘LGBT작가’ 같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제가 그리는 것은 게이 만화입니다.”라는 핵심은 양보하고 싶지 않은 거죠.    

나환 ♨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언제부터인가 LGBT 작가라는 태그를 스스로에게 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 아이덴티티는 게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거든요. 오늘은 그래서 올랜도 총기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작업해서 배포했던 포스터를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타가메 ♨ 와! 감사합니다.

나환 ♨ 타가메 씨에 대해서 좀 더 들어보고 싶은데요. 타가메 씨는 파트너분과 20년 넘게 함께하고 계십니다. 동성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있나요?  

타가메 ♨ 네. 아주 최근에요.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 미국 등에서 법제화가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만약에 일본에서 법제화가 된다면 어떡하겠냐는 식으로 파트너와 이야기를 했어요. 20년이나 같이 살았으니 결혼은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호적 제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환 ♨ 한국과는 다른 부분이네요. 부인이 자신의 성을 남편의 성으로 바꿔야 하는 거죠? 

타가메 ♨ 네. 성을 바꾼다는 게 가문과 가문의 결혼이라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있어요.  저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본의 결혼식에 가 보면 알 수 있지만 입구에 “누구 씨의 장남 누구와 누구 씨의 차녀 누구의 결혼”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거든요. 그런 게 저에게는 맞지가 않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 현재의 이성혼 풍습이 동성혼에도 적용된다면 따를 것 같지 않습니다. 시민 결합과 비슷한 식이라면 저로서는 감사할 일이지만요.  

나환 ♨ 지금 살고 계시는 곳인 세타가야 구는 동성 파트너십이 가능한 곳이지요? 

타가메 ♨ 네. 세타가야 구는 지금 신청을 하면 등록을 해주지만 저희 커플은 아직 신청하지 않았어요. 

나환 ♨ 추후에 신청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타가메 ♨ 사실은 작년에 세타가야 구 파트너십 기념 파티에 초청을 받았어요. 파트너랑 등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마침 프랑스에 개인전으로 가게 되어서 타이밍을 놓치게 되었습니다. “뭐 언제든지 등록할 수 있으니까.”라고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일 년이나 지나 버린 거죠.(웃음) 

나환 ♨ 타가메 씨에게 있어서 가족을 이루는 조건이랑 무엇일까요? 

타가메 ♨ 부모 자식 관계처럼 혈연 관계라면 그것도 가족의 한 종류일 테고, 저와 파트너와의 관계처럼 20년 동안 살아오면 감정적으로는 가족이라고 느낍니다. 이 부분은 『아우의 남편』 3권에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대로 가족이란 이러해야 한다는 정의에 이의를 제기하는 거지요. 

나환 ♨ 타가메 씨 자신은 결혼 제도에 딱히 우호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만, 동성혼 법제화와 관련하여 현재의 결혼 제도에 보완해야 할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타가메 ♨ 먼저 이미 일본 사회 안에서 이야기가 되어 왔지만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제도가 부부별성(夫婦別姓: 부인이 결혼 후 남편의 성으로 바꾸지 않고 본래의 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동성혼을 도입할 때 동시에 부부별성도 도입해 주길 바랍니다. 또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헤테로 커플 중에도 결혼 제도 자체에 불만이 있는 커플이 많기 때문에, 동성혼 도입과 함께 시민결합도 함께 도입하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시민 결합이 있으면 동성 결혼이 없어도 되느냐고 했을 때 또 그렇지도 않거든요. 저는 파트너와 같은 성을 쓰는 데에 저항감이 있지만, 세상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성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두 가지를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누구든 자신이 바라는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상태가 이상적이라고 느낍니다.

나환 ♨ 동아시아 지역에서 동성혼이 법제화되고, 나아가 동성과 결혼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LGBT는 어떤 모습일까요? 

타가메 ♨ 네.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독신인 사람한테 “언제 결혼할 거냐?”라고 물었을 때 “아, 저는 게이라서….”라는 대답은 이제 통하지 않는 거겠죠.(웃음)

나환 ♨ 맞아요. 미국이라 유럽은 동성혼이 많이 법제화되어 있어서, 결혼하지 않은 게이들에게 주위 사람들이 결혼은 안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스트레스로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저도 들었어요. 

타가메 ♨ 네. 싱글을 고수하는 사람에게 압박이 되어 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죠. 사람은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는 그 생각이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도 가속화될지 모르고요. 어쨌거나 그런 우려로 동성혼이 도입되지 않는다는 건 또 다른 문제일 수도 있겠군요. 무슨 일이든 좋은 부분이 있으면 안 좋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실현되기도 전에 이것저것 염려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나환 ♨ 『아우의 남편』의 연재 종료 후에 일반 만화 잡지에 게이 만화를 실을 계획이 있으신가요? 

타가메 ♨ 그리고 싶다고는 생각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아무것도 없지만, 편집자분께서 이후에도 잘 부탁하겠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게이 이슈를 테마로 할지는 미정이지만, 같은 잡지사를 통해서 연재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게이 이슈를 만화로 그리고 싶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독스러운 SM 패티시부터 연인과 보낸 오랜 시간 후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긴 동성혼 이슈까지, 작가 자신의 욕망과 질문들에 충실히 답하며 그려 온 그의 만화는 그로 인한 공감대가 생겨난다. 그리고 『아우의 남편』에 대한 일본 내의 긍정적인 반응들은 무엇을 뜻할까? 일본의 매스미디어와 서브 컬처에서 오랜 시간 수없이 많은 형태로 등장 해 온 동성애자들의 이야기와 또 일본 내에서 도입되기 시작한 시민 결합 제도의 빠른 확산으로 볼 때, 동성애자를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일본인의 방식이 한국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나아가서, 이 작품이 일반 만화 잡지에서 연재를 시작한 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어서 문화청 주관의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사실은 그의 만화가 일본 이성애자 독자들이 가진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에 작은 공헌을 했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타가메 겐고로의 개인적인 삶이 기반이 된 만화들이 독자들 내면의 불편함을 건드리고 정통성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일본 사회 전반의 ‘인식의 틀’을 계속해서 넓혀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국의 LGBT 사회 역시 스스로를 사회 안에서 어떻게 드러낼 지 개인적인 측면에서부터 끊임없이 고민해 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