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없이 찍을 때까지’ 황예지 인터뷰

 © Yezoi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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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지의 사진에는 투명한 울타리가 있다. 은근한 이미지들이 낯선 국면으로 당신을 부른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거리를 스스로 지키게 된다. 쌓이고 소화되고 문지르는 것을 관조할 수 있는, 사진가가 피사체에 느꼈을 딱 그만큼의 거리. 그 투명한 간격이 위로가 되는 귀한 시대다. 편집부가 사진가 황예지에게 질문 몇 가지를 던졌다.


바이섹슈얼로 커밍아웃한 트윗을 보았다. 당신 세계의 풍경은 어떻게 변했는가. 

나는 청소년기 때부터 내가 바이섹슈얼이란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린 탓에 어떤 시선들에 지레 겁먹고 그 성향을 꾹 누르면서 지내왔다. 나는 올해 긴 연애를 끝내고 가족 곁을 떠나 완전한 독립을 했다. 나를 모든 것과 동떨어진 ‘개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느껴졌다. 가장 처음 결심한 일이 모든 방향에서 나를 부정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가까운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이 구독하는 트위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나의 성정체성을 알렸다.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인지를 하는 것과 인정하고 언어화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이 큰 충격 없이 이 소식을 잘 받아들여서 고맙고 다행이다. ‘풍광이 좋아졌다.’, ‘여러 색이 들어차고 있다.’ 뭐 이런 말은 쉽게 하지 못하겠다. 다만 지금이 예전보다 더 ‘황예지’로 살아가는 것에 자연스러워졌다. 나의 길을 걷고 있다고 큰 확신이 든다는 점에서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이 변화를 통해서 내게 더 다양한 언어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당신의 사진을 처음 본 때가 기억이 난다. 어머니와 언니를 담은 사진이었다. 가족을 포착하는 일은 당신에게 무슨 의미인가.

나는 가족을 찍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진으로 나와 내 가족을 직면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직도 그 사진을 보는 게 버거울 때가 있어 자주 열어보지 않는다. 사진을 시작할 때는 가족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아름답고 유용한 것들에만 눈이 갔다. 학교 과제를 하다가 우연한 끌림으로 벌거벗은 언니를 찍게 되었다. 우울감과 무기력이 누적된 체형과 튼 살이 보였다. 결과물을 보고 크게 울었고 내가 사진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이거였구나 알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내 아름다움이 아주 좁았다는 걸 반성하며 작업을 넓혀가고 있다. 내게 가족을 포착하는 일은 필연적인 일이다. 가족과 화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와 화해하기 위해서 계속해야 하는 일이다.

사진이란 사적 아카이브(수집과 기록)를 통해 당신이 굳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사진은 어느 매체보다도 직관적인 매체라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예민하게 담아낸다. 나는 그를 통해 감정선을 채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진 작업을 하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과 내 시간에도 누군가의 숨소리가 깃든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단순하게는 결여된 나 자신을 채우는 일이고, 넓혀서 얘기하면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내 시간을 선물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되고 있다면 내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에서 건강한 자기애가 드러난다. 찍는 또 찍히는 황예지는 누구인가.

나도 그 황예지가 아직 파악이 미처 되지 못했다.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의 나는 매일 골골거리고 자존감도 낮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데 작업자 황예지는 내가 느끼기에도 참 드세고 건강하다. 카메라를 들고 또 카메라 앞에 서고 하면 어떤 때보다도 집중하고 다듬어진 호흡을 하는 내가 보인다. 내 안에서 자기애와 자기혐오는 언제나 큰 싸움을 벌이고 있다. 휘청거리는 저울 속에서 강인하고 첨예한 눈을 갖는 작업자가 되고 싶다. 

퀴어이자 여성인 창작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세계에 살면서 바이섹슈얼인 것이, 여성인 것이 수치스럽고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이제는 그 부끄러운 시간을 가진 나 자신이 무척 부끄럽다. 관계든, 작업이든, 일상이든 내가 닿은 모든 것에 의심을 품지 말고 잘 걸었으면 좋겠다. 나도 앞으로 여러분의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도록 그 연습을 하며 잘 걷고자 한다.

http://yezo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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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zoi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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